'일부러 한 실패?' 아시아나 인수전 완패…애경이 웃는 이유

  • 입력 2019.11.18 07:00
  • 수정 2019.11.18 07:00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완패하고도 미소를 짓고 있다. 그룹의 미래 무게추를 제주항공에 두고 있는 가운데 경쟁자인 아시아나항공의 내밀한 정보를 속속들이 파악했기 때문이다. 향후 추가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저비용항공(LCC) 에어부산을 인수할 여지도 높아졌다. 업계는 애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실패했으나 얻은 것은 더 많다고 평가했다.  
 
 
아시아나항공 고급 정보 얻은 애경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최종 승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다.   

미래에셋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인 HDC현산은 약 2조5000억원을 적어내며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애경 보다 약 7000억원에서 1조원 가량 많은 액수였다. 이번 인수전에서 시종 공격적이었던 애경은 HDC현산과 제대로 된 싸움조차 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은 애경이 내세운 '계열사 제주항공을 통한 항공산업 경험'을 제대로 평가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애경을 둘러싼 안팎의 기류는 나쁘지 않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애경은 지난달 2일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인수를 위한 실사 자료와 프리젠테이션을 받았다. 당시 애경은 아시아나항공 측에 항공기 리스 내용과 노선별 손익 등 구체적인 운영 정보를 요구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애경이 인수보다는 리스 내용 등 운영 노하우를 빼가려는 것 같다. 제주항공 운영에 쓰려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애경은 실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내부 정보를 고루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비록 인수에는 실패했으나 애경의 미래로 평가받는 제주항공이 더 높게 나는 데 도움을 얻었다는 말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을 인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재기됐다. 최근 업계에는 HDC현산이 에어부산을 분리 매각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애경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사모펀드인 스톤브릿지와 손을 잡았다. 그러나 에어부산만을 인수한다면 재무적 투자자의 도움 없이 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 1조2594억원을 달성한 LCC 업계 1위다. 제주항공이 부산을 기반으로 32개 국제선 노선을 운영 중인 에어부산을 인수할 국내 항공업계 2위까지 도약할 수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에어부산 분리매각이 이뤄진다면 제주항공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며 "에어부산은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어서 신주까지 인수할 필요가 없어서 인수대금 과잉 논란도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경은 우선협상대상자 탈락 뒤 입장문을 내고 "경쟁자이자 동반자로서 아시아나항공이 이른 시일 내에 경영정상화를 이루길 바란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애경에 '경쟁자'다. 하지만 아시아나그룹이 에어부산을 애경에 매각할 경우 '동반자'의 관계도 될 수 있다. 업계가 애경이 낸 짤막한 입장문을 가볍게 보지 않는 이유다.  
 

‘승자의 저주’ 걱정하는 HDC현산
 
반면 승자인 HDC현산의 기류는 좋지 않다.  

HDC현산의 전체 매출보다 더 큰 아시아나항공을 삼킨 만큼 ‘승자의 저주(경쟁에서 이겼지만, 승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치러 위험에 빠지는 상황)’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HDC현산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일시적으로 현금 유동성이 줄고 차입금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신용평가는 16일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변동성과 국내 항공산업의 부정적인 영업환경 등이 신용도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며 HDC현산과 지주사 HDC를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HDC현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지주회사인 HDC의 총 매출은 약 6조5000억원이었다. 반면 이번에 인수하는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매출액은 총 7조원을 웃돈다.  

증권업계도 HDC현산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건설회사가 중심인 HDC현산이 항공사를 인수해서 어떤 시너지를 낼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 후 추가 투자비용과 현대산업개발의 본업에 미치는 영향과 기존 사업부와의 시너지 효과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HDC현산이 미래에셋과 손잡은 뒤 우선협상대상자로 될 것이란 전망은 파다했다. 하지만 최근 항공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 과거 큰 기업을 인수했다 실패한 사례가 많지 않나. 인수에 실패한 애경이 '똑똑한 실패'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HDC현산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내놓을 경우 어떤 기업이 가져갈지가 더 궁금하다”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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