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김은중이 말하는 대전 “미안하다 사랑한다”

  • 입력 2015.11.12 08:28
  • 수정 2015.11.1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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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36)에게 대전은 축구 인생의 처음이자 끝이다.

대전에서 이적해 친정팀의 골문을 겨냥하기도 했고 유니폼 화형식을 당한 적도 있지만 결국 그가 돌아갈 곳은 대전이었다. '대전의 레전드'라는 말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에게 딱 맞는 표현이었다.

1997년 대전에 입단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김은중은 당시 같은 팀 동료였던 이관우(37)와 함께 대전의 전성 시대를 주도했다. '샤프' 김은중과 '시리우스' 이관우가 함께 뛰던 대전은 2001년 시민구단 최초로 FA컵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2003년 베갈타 센다이로 임대됐다 복귀하는 과정에서 대전이 아닌 FC서울 유니폼을 입어 '배신자' 소리도 들었지만 2014년 은퇴를 앞두고 결국 다시 대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프로 마지막 시즌인 2014년 대전을 챌린지 우승과 클래식 승격으로 이끌었다. 2001년 FA컵 우승에 이어 대전의 두 번째 우승도 함께 한 진정한 '레전드'였다.

직접 클래식으로 가는 길을 열어줬기에 올 시즌 1년 만에 강등을 앞둔 대전을 바라보는 김은중의 마음은 안타까움과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대전은 현재 4승7무25패(승점19)로 K리그 클래식 12팀 중 최하위에 처져있다. K리그 챌린지(2부 리그)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를 마지막 기회가 주어지는 11위 자리도 노려보기 어렵다. 남은 2경기에서 11위 부산(승점25)이 모두 패하고 대전이 모두 승리하더라도 골득실에서 13골 차로 크게 뒤져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렇게 승승장구했던 팀이 클래식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걸 보며 안타까운 마음과 미안함이 크다"고 말문을 연 그는 "나 역시 클래식 무대에서도 대전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해서 때가 됐다고 생각해 팀을 떠났는데 아쉽고 미안할 뿐"이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김은중은 "시민구단으로서 대전이 힘든 부분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당장 클래식에 올라오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클래식에 올라와서 3년 이상 버틸 수 있는 자생력을 길러야한다. 그래야 팬들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다"고 애정이 담긴 조언을 건넸다. 시민구단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해봤기에 할 수 있는 조언이었다.

김은중이 기억하는 대전은 사랑받을 가능성이 충분한 팀이다.

그는 "2003년에 우리가 한참 잘할 때 참 재미있었다. 관중도 매 번 2만 명 가까이 들어왔고(2003년 대전은 경기당 1만9082명을 동원해 평균관중 1위를 기록) 경기도 잘했다. 대전은 충분히 그런 저력이 있는 팀이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팀이라도 정상까지 올라가는데는 몇 년 걸리기 마련이다. 전북을 봐라. 최강희(56) 감독님이 가신 뒤 많은 투자를 했는데 리그 정상에 오르기까지 6~7년 넘게 걸리지 않았나"라고 강조한 김은중은 "정상에 오르는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하루 아침이다. 먼 곳만 바라보지 말고 충분히 기다려줘야한다"고 힘줘 말했다. 대전이 눈앞의 승강에 연연하지 말고 '백년대계'를 해야한다는 의미였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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